1. 컵대회가 시작되었고 기사가 나왔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상황적으로 힘들지만…경기에만 집중”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77&aid=0000260803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상황적으로 힘들지만…경기에만 집중”

▲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곽혜미 기자[스포티비뉴스=제천, 정형근 기자] “여러 상황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다. 상대가 강한 팀이라도 우리 팀의 경기를 하겠다.”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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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은 지난달 31일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민 유족 측은 “고유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악성 댓글이 아니라 현대건설 배구단의 의도적인 따돌림과 사기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구단은 "경기 및 훈련을 제외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고인은 시즌이 진행 중이던 2월 29일 아무런 의사 표명 없이 팀을 떠났다. 지난 6월 고인과 미팅을 하며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가 확고했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정말 구단의 주장대로 아무런 의사표명없이 팀을 떠났을까? 선수의 무단이탈 이후 구단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정말 구단은 책임이 없을까?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건 내가 잘 아니까 증명할수 있는 사실만을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훈련의 제외나 따돌림 같은 내부의 일은 내부 고발자 증언이 없는 한 알수가 없다. 생전에 고인이 그런것을 시시콜콜하게 불고다니는 입 싼 사람도 아니였고 이미지와는 다르게 과묵한 쪽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2.

2020년 2월 28일(혹은 27일) 새벽에 7년차 중견선수로 활약하던 고유민은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배구단 숙소를 갑작스레 떠났다. 이는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무단이탈이었다. 이는 중대한 잘못으로 여겨지는 행위이다. 고유민은 편지 한통을 남기고 사라졌다. 편지의 내용은 (구단이 밝히기에) 부정적인 내용은 없었으나 "기대에 부응을 못해서 죄송하다. 오랫동안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고 포지션 변경으로 인해 실수가 잦았고 그로인한 비난을 견디기가 어려웠다."는 내용이었다. 구단은 고유민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고유민은 끝내 받지 않았다. 사무국장 (구단 프론트의 실무책임자)은 "왜 고유민이 숙소를 무단이탈했는지 알수없다."고 기자에게 밝혔고  '구단의 높으신 분' (단장으로 추정)은 "대화로 풀면 되는 것을 가지고 숙소이탈행위로 크게 키웠다"며 대노했다. (출처는 4번 항목 참조)

 

3.

고유민의 숙소이탈 직전 (대략 2월 20일 경) 현대건설은 몇년전 팀에서 나와 실업에 있던 수비형 레프트인 김 모 선수를 다시 데려왔다. 이는 고유민이 더 이상 리베로를 볼수 없다고 감독에게 말한 때와 거의 비슷하게 일치한다. 고유민의 무단이탈이 벌어지자 구단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시즌 운영 최소엔트리 (14명)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몰수패 당할 위기에 처한것이다. 당시 데려온 김 모 선수는 임의탈퇴선수 신분이었다. 배구연맹은 한차례 등록을 거부했다. 현대건설 배구단의 당시 사무국장은 몇일간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연맹 법무담당임원에게 유권해석을 요구했고 임의탈퇴 선수의 등록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아 등록했다. 

 

김 모 선수는 안타깝게도 시즌이 일찍 종료(3월 23일)되어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다. 구단은 고스란히 김 모 선수의 연봉을 지급해야했다. 이는 1000~1500만원 가량 되었다. (출처 : https://www.dailysportshankoo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957)

 

4.

시즌 종료 다음날인 3월 24일 배구담당기자들이 하는 팟캐스트에 고유민의 무단이탈 사실이 공표되었다. 2번 문단의 숙소 무단이탈의 시시콜콜한 사실은 이때 공개되었다. 어떤 기자는 안타깝다고 밝혔고 어떤 기자는 선수로서 기본이 안된 자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유민은 시즌 중 이탈한 무책임한 선수라고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출처 팟빵- 차돌배구 쇼 79화 EP2 20분 부터

http://www.podbbang.com/ch/1769329)

 

5. 

서로의 연락이 적어도 3월 20일 경까지 되지 않던 (3월 24일 방송에서 기자는 선수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유민과 구단은 연락이 되어 3월 30일 상호계약해지 약정을 한다. 이 계약은 무단이탈에 대한 징계로서 기능하며 해고와 연봉감봉 (2월~6월 지급정지, 1500만원 가량) 그리고 상호계약해지 사실에 대해 비밀로 붙이고 소송을 하지 말것을 선수의 의무로 규정했다. 

 

이게 팟캐스트 방송 전에 연락이 되어 약정이 된것인지 방송 후에 연락이 되어 약정이 된것인지는 아직까지는 알수 없지만 방송 이후라면 선수는 세간의 비난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상호계약해지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수 있다.

 

6. 

4월 중순 고유민은 당시 사무국장에게 "받아주는 구단이 없다면 어쩔수 없지만 트레이드 진행경과를 알고 싶다."고 메시지를 했고 사무국장은 자유계약기간이니 좀만 기다려보자라는 답변을 한다. 

(가족의 주장에 의하면 배구가 지긋지긋해져서 동시기 승무원 학원에 등록하고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SNS(인스타 그램 스토리)에 숙소를 나간 이유는 지금 밝힐수 없지만 언젠가는 밝힐수 있을것이라고 남겼다. 그리고 일반인 신분이기 때문에 계속 악플을 보낼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5월 초순 구단은 고유민을 임의탈퇴선수 공시를 했고 고유민은 연맹의 전화를 받고 임의탈퇴에 동의했다.(대상 선수에게 임의탈퇴 동의 전화를 연맹이 한다.) 지인에게 구단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출처: 국회기자회견 보도자료) (현재 현대건설 배구단은 임의탈퇴 등록 당시 상호계약해지 사실을 이메일로 연맹에 알렸다고 하고 연맹은 실수로 임의탈퇴선수로 등록했다고 하면서 적어도 상호계약해지 계약서를 첨부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6월 초순 선수공시에서 자신의 번호가 다른 선수에게 배분 된것을 확인했다. 

 

6월 중순 구단의 실무직원 (여직원) 혹은 매니저와 개인적으로 만났다. 이때 구단은 복귀 여부를 확인했으나 고유민 본인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유민은 생전에 7월 10일 경쯤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구단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구단이 복귀를 타진한 시기에 맞춰서 '우연히' 고유민의 SNS로 '돈 떨어졌다고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라는 사실상의 위협이 가해졌다. (출처: 유튜브- 최선호 채널)

 

알수없는 시기에 고유민은 실업팀의 입단을 타진했고 테스트까지 받았으나 코로나로 인해 전국체전 등이 취소되면서 최종 계약에는 실패한다. (출처: https://www.nocutnews.co.kr/news/5398188)

 

7.

7월 28일(추정) 고유민은 자취하던 자택에서 사망했다. 3일 후에야 친구에게 발견되었다. 경찰은 외부 침입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때 자살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부검을 했고 결과에서도 이는 뒤집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

고유민의 사후 현대건설 배구단은 고유민이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출처: http://www.sportsworldi.com/newsView/20200806506909 https://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b_idx=99806559.000#07D0 )

 

결론-

무단이탈 직후 구단은 고유민에게 상당히 가혹하게 징계를 내렸다.

 

우울증과 수면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울증 인지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수 있다.) 또한 고유민이 숙소를 나갈때 편지에서 더이상 비난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밝히기까지 했지만 구단은 고유민의 위태로운 정신상태를 인지한 상태에서 당시 사무국장은 이탈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선택적으로 공개함으로서 고유민에게 상당한 비난이 가해지도록 조장하고 방기했다. (당시 사무국장은 기자에게 "고유민이 왜 이탈했는지 진정한 이유는 우리도 알수 없다"고 밝혔는데 적어도 그런식으로 대답한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수면장애(우울증)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않은가?) 소속 선수가 그런 정신건강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끝까지 비밀에 붙이거나 아니면 모든 사실을 공개하여야 했었다.  

 

선수의 건강상태는 선수의 사생활이라 숨겨야 했다고 항변할수 있지만 그렇다면 이탈 사실을 공개하여 비난을 받게하고 망신을 준 사실은 구단의 책임을 물을수 있는 영역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선수의 신체뿐만아니라 정신건강도 구단이 살펴야할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1년에 8~10개월을 합숙시키는 환경이라면 군대와 유사한 환경이라고 볼수 있다. 선수들은 경기가 전국에 생중계 된다.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지고 생활을 하는것이다. 고유민은 2013년 부터 2020년까지 7년을 현대건설에서 근속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7년간 일한 사람이 갑자기 무단이탈이라는 잘못된 행위를 했다고 한다면 모든 책임을 선수에게 뒤집어 씌우는게 아니라 자신들이 무엇이 문제였나 찾아봐야 하는것이 맞지 않았을까? 나라면 궁금해서라도 선수와 대면을 했을것이다. 

 

(양아치 버스회사들도 잘 일하던 기사가 갑자기 안나오면 궁금해서 전화도 해보고 집으로 찾아온다. 대기업이 이런 비상식적인 대응을 했다는건 직장내 괴롭힘을 추정해볼수 있는 근거가 될수도 있다.)

 

또한 구단은 해고, 연봉 4개월 (5개월) 감봉, 임의탈퇴선수 처분까지 고유민에게 가했다. 이런 행위는 그동안의 시즌중 이탈 선수들의 예를 봐도 상당히 가혹한 축에 속한다. 기업은행의 모 선수나 인삼공사의 모 선수, 도로공사의 모 선수 등도 비슷한 잘못을 했지만 구단은 일단 비밀에 붙였고 (소문은 돌았다.) 이후 임의탈퇴 공시를 하긴했지만 조용하게 다음 시즌 복귀를 했다. 배구를 아무 여자 데려다 놓고 시킬수 있는것도 아니고 즉전감의 선수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상의 경우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유민이가 어찌저찌 돌아올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실제로 구단은 6월 중순 복귀를 타진하지 않았는가?

 

즉 현대건설 배구단은 무단이탈 행위를 한 고유민에게 1. 기자를 통한 조리돌림 2. 해고 3. 연봉 4개월 감봉 4. 임의탈퇴 처분까지 4번의 징계를 가한셈이다. 이것은 통상의 기준이나 관습으로 봐도 지나치게 잔혹했다. 그 이유가 있을것이다. 

 

PS- 구단은 고유민이 선수생활을 지속할 뜻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숙소이탈당시의 편지를 공개하면 된다. 이건 조리돌림을 할때 기자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최근의 주장에서는 고유민이 '아무 의사표시 없이 숙소를 나갔다.'라고 슬쩍 말을 바꿔서 주장하고 있다. 이것 또한 주장을 바꾸거나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것이다. 

 

PS2- 다시한번 말하지만 6월 경 구단 직원과 고유민이 복귀에 대해서 의논할때 이 사실은 소문이나 언론으로 공표되지 않을 정도로 비밀이었는데 '우연하게도' 그 시기에 누군가가 '돈 떨어졌다고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 라고 DM으로 보냈다. 이것도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 있던 고유민은 대단한 위협으로 느꼈을 것이다. 가정을 해보자면 구단 사정에 정통한 누군가가 만에 하나 복귀를 막으려고 한것 아닐까? 이것도 조사가 필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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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고유민, 2020년 2월 필자와 숙소에서 대화중인 모습. (출처: 현대건설 배구단 유튜브 채널)

 

 7월 31일 처음에 부고소식을 들었을 때 누군가가 머리를 세게 내려친 듯이 멍했습니다. 처음엔 믿지 못했으나 쏟아지는 신문기사와 뉴스, 슬퍼하는 친구들의 SNS를 보고 ‘진짜 현실이구나’ 그제야 느껴졌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부정과 슬픔, 미안함과 약간의 원망을 넘어서 이제는 그저 심장이 뛰는 매 순간순간 마다 무겁게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하늘도 슬픈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을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우리 이렇게 보면 안되는데 하면서 국화 한송이를 놓아두고 왔습니다. 그 옆에 신인 시절 찍어서 선물로 준 사진집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남겨진 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었으나 그걸 보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간신히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차려진 음식을 억지로 먹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결국 우산까지 두고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다음날 당신이 남긴 메모를 보았습니다. 이제 그만 잊혀지길 원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만은 그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은 늘 자신보다는 팀을 우선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선수였습니다. 평소에는 감독의 경기 중 전술적인 변화를 강화시켜주는 교체선수 레프트로 활약했습니다. 이 자리는 맡아야하는 사람이 반드시 팀에 있어야 하지만 경기 중 투입되기에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가 어렵고 잘해도 티가 안나는 그런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그것도 한 팀에서 그것도 7년 동안이나 활약 했습니다.  

 2년차인 2014년의 컵 대회때 주전 선수 두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하는 상황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포지션인 리베로로 투입되어 팀을 구해냈습니다. 또한 재작년 시즌에는 팀이 개막전 이후 11연패나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후반기 선발로 다수 출장해 후위 수비를 책임지고 안정화 시켜 팀을 최하위의 치욕에서 벗어나게 했었습니다. 

 다만 팀과 팬들은 늘 어렵고 힘든 그 자리에 당신이 있었기에 당신이 소중한지 몰랐습니다. 팀은 당신을 불신하여 여러 번 같은 포지션의 은퇴선수의 복귀와 외부영입으로 보답했고 당신의 충동적인 실수에 다시 기회를 주지 않고 임의탈퇴처분으로 사실상의 징계를 가했습니다. 팬들은 그녀의 헌신을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욕하고 몰아세우기 바빴습니다. 세상은 당신에게만 너무 가혹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안타깝고 통탄할 노릇입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신은 팬에게는 늘 유쾌하고 한없이 친절하며 따뜻한 선수였습니다. 팬이 쑥스러워 하면 먼저 밝은 미소로 인사해주고 경기가 끝나고 피곤할때에도 사인과 사진촬영을 원하는 팬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모두 해주고 늦게 구단 버스에 타던 사람이었습니다. 

 몇 년전 수원시내 카페에서 열린 선수단 팬미팅에서 이다영 선수와 함께 당신은 곰인형 판매 담당을 했었습니다. 제가 곰인형을 산다고 하자 곰인형에 자기 사인과 이다영 선수 사인까지 한다음 ‘그냥은 못드리고 돈주고도 못사는 한정판을 드린다.’며 익살을 떨며 주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나 유쾌했던 사람이 오랫동안 심적 고통을 느끼다가 멀리 떠나버렸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떠난 당신은 오랜 팬인 저 앞에서는 항상 씩씩하고 늘 선수였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아픈 데가 있냐고 걱정하면 씩 웃으며 ‘괜찮다. 금방 낫는다.’ 하고 6개월전 이벤트로 숙소에 찾아갔을 때 5년만에 숙소에 다시 왔다고 하자 “나도 이렇게 오래 버틸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제가 정말 대단하다고 치켜올리니 배시시 웃길래 저도 마음을 놓았습니다. 

 이후 숙소를 나가고 나서 직접 만날수는 없고 해서 잘 지내는지, 혹시 마스크 필요한게 없는지 (당시에 마스크가 전국적으로 품귀 상태였는데 저는 직업관계상 넉넉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인 메시지로 보낸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잘 지내고 있으며 오히려 저에게 코로나 조심하라고 당부까지 하길래 제 마음대로 ‘아 마음은 편한 상태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는 몸과 마음이 상처받아 부셔져 있다는걸 너무 늦게야 알았습니다.

 이는 무언가를 주장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뉴스에서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 영상이 나오며 그저 악플에 마음이 다친 여린 불쌍한 사람으로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선수로서 얼마나 오랫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저는 눈으로 직접 봤고 확실하게 알고 있기에 산자의 도리로서 애도의 침묵보다는 다른 이들이 올바르게 기억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크기에 쓴 글입니다.   
    
 당신은 베풀기만 하고 떠났습니다. 저는 당신이 반짝반짝 빛날때만 함께했지 정말 힘들때 당신을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지금도 괴롭습니다.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도착한 그곳에서는 영원히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8월 7일 스포츠 뉴스 부분의 댓글 기능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故 구하라 씨, 故 최진리(설리) 씨의 사망 직후 연예 기사에 대한 댓글을 중단한 이후의 또 다른 사망사건이 나오자 뒤늦게 취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외국에 기반을 둔 SNS 기업들은 이용자 보호에 대한 미흡함을 개선하지 않고 있습니다. 

* 고인이 7년이나 몸담은 현대건설 배구단은 단체 합숙, 훈련을 하는 팀입니다. 고인이 퇴단전에도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앓았음을 인지하였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입장발표가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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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 대형 면허를 취득하였습니다. 1종 보통 운전면허는 자동차운전학원 (과거 존재했던 형태로 기능과 주행 연습만을 할수 있는 운전학원)과 국영운전면허시험장을 이용하여 응시했는데 가격은 적게 들었지만 시간은 더 많이 들었고 심리적으로 너무 고생스러웠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 등록하여 취득하였습니다. 사는 곳이 경기도 도농복합시라 근처에 운전전문학원이 여럿 있고 가까워서 학원을 선택하는 것과 왔다갔다 하는 건 힘들지 않았습니다.

 

학원비용은 대형만 취득할경우 '기본'  65만원 정도 였습니다. 65만원에 기능연습 10시간 + 안전교육 3시간 +시험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가격이었습니다. 국영시험장에서 시험을 응시할 경우 안전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운전전문학원에서 시험을 응시할경우엔 안전교육을 들어야 합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법이 그렇습니다.

 

일단 등록을 위해 학원에 전화를 하면 굉장히 친절하게 등록절차를 알려줍니다. 소지한 면허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예약비(기본료에 포함됨)를 입금하면 일정을 잡아서 몇시간 후에 일정을 알려줍니다. 대형같은 경우에는 도로주행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원이 '3일 완성' 을 굉장히 강조합니다만 이후에 서술하겠지만 3일은 좀 어렵고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그것도 일정을 '올인'한 경우에 가능합니다.

 

학원셔틀을 타고 학원에 가면 돈을내고 등록을 하는데 요즘에는 다 전산화가 되어있어서 지문찍고 학원카드에 신상명세를 등록한후 교육할때마다 지문확인을 해야 교육수료가 됩니다. 10년전에는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원에서 시험을 보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시간만 채웠었죠. 

 

일단 버스에 처음 타게 되면  '이 큰걸 내가 운전하는 구나' 생각에 좀 압도 당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저는 쫄보라 이걸 극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학원에서는 강사와 질릴때까지 타기 때문에  나중에는 외운 '공식'을 써먹는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제가 다닌 운전전문학원은 높은 합격률로 인기가 있는 학원이었습니다. 상담할때도 95%의 합격률을 강조했었습니다. (웃음) 강사가 매일 바뀌었는데 왜 그런 시스템을 유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사마다 가르쳐주는 방식과 공식이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좀 불만이었습니다. 운전면허 기능시험은 12분 30초 정도의 시간동안 여러 태스크를 해야하기때문에 과도하게 정보가 많이 들어오면 받아들이기 힘들거든요. 강사 김씨는 A공식으로 알려주고 강사 이씨는 B공식으로 알려주고 강사 박씨는 C공식으로 알려주고 이러면 (알려주기만 하는게 아니고 옆에서 자신의 공식으로 하지 않으면 디스가 날아오기 때문에) 대단히 갑갑해질때가 있습니다.  이마 이건 학원마다 시스템이 다 다르니 (어떤 학원은 지정된 강사가 원생을 합격할때까지 맡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이런쪽은 뭐 잘 걸리기를 바랄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타 학원은 운전면허학원 강사의 불친절을 호소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이 학원은 불친절한 강사는 없었습니다. 슬슬 속긁는 사람은 있긴 했지만 배우는 입장에선 기분나쁘게 들을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하는 사람도 그냥 하는 말이니 그때만 듣고 넘기면 됩니다. 저는 시험을 한번 미뤘는데 운전미숙이라고 하면 되는걸 가지고 강사들끼리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참 듣기 짜증났습니다. 계속 못하네 못보네 시험봐야 소용이 없다. 추가교육하세요 하면서 도망가듯이 사라지는걸 보고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만 아빠뻘 되는 분에게 짜증을 낼수도 없고 해서 참았습니다. 적어도 얼마정도 더 타면 될거같다 가이드라인이라도 정해주면 괜찮았을 겁니다. 그날 제대로 못한건 사실이긴 하니까요.  두세번째 턴에서 합격점수로 들어오긴 했지만 첫턴에서 시동까지 꺼먹고 30점 받은게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추가 교육을 신청하러 학원 사무실에 들렀을때 도망치듯 떠난 강사가 "그 사람 왔어요?"하는 확인 전화까지 하는 거 보고 '아 이거 비지니스 구나!' 했습니다.

 

추가교육은 이명박 때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 되자 운전면허전문학원들이 살아남기위해 취했던 방식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10년 전엔 그런 행동을 안했습니다.)받는 학원비가 반값으로 떨어지자 원생의 운전미숙을 이유로 시간당 5만원 정도를 받고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4~5시간까지 교육을 더 하는 것이죠.  문제는 운전면허 기능시험이 다시 어려워져 학원비를 다시 정상적으로 받기 시작해도 이런 관행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신규취득자는 주행시험까지 봐야하는데 기능까지 해서 2시간씩만 더 탄다고 해도 학원은 20만원을 더 얻습니다. 물론 운전을 확실하게 잘하게 하는게 맞는 방향이지만 그건 일본의 운전면허시험 정도로 어려워져야 가능할겁니다. 몇시간 더 타는건 시험을 더 잘보는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아무튼 저는 시험을 미루고 5일이 지나서 2시간의 추가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뤄 만점을 받고 합격했습니다. 추가교육때는 저를 처음가르쳤던 강사가 다시 와서 심리적 안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받은 가르침이 기억에 많이 남는법이니 말이죠. 증거는 없지만 이것도 일종의 학원에서 기술아닌가 하는 심증이 있습니다.  다 잘타다가 마지막 턴에 출발 미숙, 경사로 실격을 당해서(...) 강사가 내색은 최대한 안하려 하셨지만 많이 걱정했는데 실전에서는 완-벽 했습니다. 

 

빼먹었지만 차량이야기를 안할수가 없습니다. 국영시험장에서는 차량을 내구연한 지나면 칼같이 대차하기 때문에 힘이 좋고 (이건 경사로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시험항목에서는 불리한 점입니다.) 클러치 감도도 예민한 쪽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최신 차량을 주로 사용하는 관계로 차량의 길이도 긴편이라 수험생 입장에서는 고역이죠. 대형의 경우 합격률이 20% 정도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전문학원에서는 오래된 구식의 차량을 씁니다. 그런 관계로 클러치가 덜 예민해서 시동은 왠만해서 꺼지진 않습니다. 다만 힘이 약해서 경사로에서 고통을 겪을수 있습니다. (시험때 경사로 항목에서 RPM은 올라가는데 차량이 뒤로 밀리는 경험을 처음 해보니 죽을거 같았습니다.) 경사로를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이점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대우자동차가 오래전 생산한 모델을 주로 사용하는데 차량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수험생은 어느정도 편합니다.  

 

학원은 자체 시험볼때는 수험생의 편의를 많이 봐줍니다. 시험 직전에 잊지말고 문도 닫으라고 해줄정도 이지요. 버스는 버튼으로 문을 조작하기 때문에 이걸 빼먹는 사람들이 가끔 있거든요.  문열고 출발하면 감점 내지 실격사유가 될수 있습니다. 

 

공식 보시려고 이글을 읽으신 분들도 있으실텐데 유튜브에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사실 공식은 시험장의 형태와 차량이 어떤거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학원은 내가 연습한 곳과 차량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이점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죠. 제가 추천하는 영상은 이것입니다. https://youtu.be/3WqfIyfHXMU 국영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하는 가이드북은 정석이긴 하지만 좀 너무 어렵죠. 그쪽에서 안내하듯이 후방미러로 뒤를 확인하는것은 사실 너무 힘듭니다. 버스는 길이가 있는 차량이라서 그렇게 확인하다가는 무조건 선을 밟기 쉽습니다. 요즘 버스들은 후방카메라 달려서 나오던데

 

공식은 기회가 되면 따로 적어놓기로 하겠습니다.

 

 

 

 

 

 

 

Posted by Doom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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