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림: 김라마의 Volleylive는 코트 안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기사화 안된 내용을 주로 취급하는 잡설모음 같은 컨셉의 코너입니다. 경기장에서 관람할때 받은 인상을 중심으로 기사화 된 부분이 있으면 인용하는 방식으로 서술 될 예정입니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실제 심리와는 다를수 있습니다. |
1. 배구 전문지 기자는 경기전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에게 정미선의 부상정도와 그에 따른 선수 운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정미선은 전날 경기 마지막 세트에서 백어택을 시도한후 내려오는 과정에서 왼쪽다리가 무너지면서 크게 다쳤다. 양 감독은 "정미선은 부상이 심각해 최소 시즌 중반까지 복귀가 어렵다."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최소 복귀까지는 6개월 이상이 걸리는 중상이었다. 정미선은 살림꾼 스타일의 선수로서 공격과 수비 모두 준수하게 맡아줄수 있는 팀 전술상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것이다.
기자는 "향후 기용 계획을 알고 싶네요." 물었고 양 감독은 "정미선의 롤(Role)은 (고)유민이하고 (김)진희가 맡을것 같습니다."라며 운을 뗀뒤 "(한)유미가 뛰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선발로 뛰기엔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아서 일단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시즌때는 가능할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1
앞의 사전 인터뷰는 일종의 연막이었고 스타팅 멤버에 한유미가 들어갔다. 수비력은 의문이 남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2.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은 경기전 미팅에서 "즐기되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선수들과 감독과 코칭스텝은 전 날 정미선의 부상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모두 안타까워 했다. 리시브와 공격의 일익을 담당하는 정미선이 빠진 현대건설은 한창 기세가 좋은 도로공사가 충분히 넘을 수 있는 팀이었다. 신예 세터 이고은이 명민한 볼배합과 고른 토스질로 배구팬들의 주목을 끌었고 주포 라이트 문정원이 작년과는 다르게 페이스가 좋고 작년 신인왕 고예림이 리시브는 별로지만 펀치력이 있었고 김선영도 문정원의 짐을 덜어줄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또한 FA로 영입한 센터 정대영의 몸놀림도 예전과 같이 훌륭했다. 2
다만 세터 이고은이 허리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차희선의 임의탈퇴로 서브 세터가 없었기에 이고은을 다독이며 트레이너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것으로 대신했다.
3. 토쟁이(토토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들이 몰리는 네이버 중계 댓글에서는 도로공사의 낙승을 대부분 예측하고 있었고, 배구갤러리에서도 '아마 기세좋은 도로공사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연한 예측이었다. 도로공사는 한창 상승세의 팀이었고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에게 타격당해 상승세가 꺾이고 주전 윙 리시버가 사라진 팀이었기 때문이다. 정미선의 교체선수로 넣을수 있는 선수들인 한유미, 김진희, 고유민은 솔직히 말하면 '뭐 하나가 빠지는' 선수들이었다. 한유미는 몸상태가 70% 대라 공격이 황연주로 몰리는 원인이 되는 중이고, 김진희는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할수 있고, 볼을 다루는 능력은 좋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한번씩 꼭 하는 성향이 있었고 고유민은 윙스팬이 길고 점프력이 좋아 전위에 세울만 하지만 서브나 리시브가 불안한 선수였다.
4. 1세트가 끝난후 도로공사의 낙승을 예상하던 사람들은 현대건설이 순조롭게 세트를 가져가자 경기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유미의 리시브가 안정되면서 공수가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2세트 9-8 상황 리베로 김연견과 세터 염혜선이 충돌하여 김연견이 다리 부상으로 빠지고 불가피하게 2세트는 리베로 없이 경기하게 되었다. 결국 세트를 내주고 만다. 현대건설의 팬들은 탄식을 했다. 주전 윙리시버와 하나뿐이 없는 리베로가 빠진 팀이 승리하는 것이 가능키나 한 일인가?
쓰러진 리베로, 김연견- 경기영상캡쳐
5. 누워있던 김연견은 서브리베로가 없기에 최후까지 경기에 출장하려고 했다. 3세트 시작 직전까지 다리를 절며 코치에게 공을 줄것을 요청했고 리시브를 받아보고 있었다. 코치는 "아니야. 그만하고 도저히 안되겠으니 보호대 벗고 쉬어라."하고 돌려보냈다. 양철호 감독과 코칭스텝의 의견교환이 있었다. 몇초 뒤 코치가 고유민을 불렀고 빨간조끼를 주며 입으라고 했다 고육지책이었다.
오늘의 리베로 고유민- (촬영은 3일 전에)
김형찬 코치는 리베로 포지션에 대해 짧은 시간동안 고유민에게 전달사항을 전달하고 속성으로 교육했다. 볼을 받을때의 스냅. 몸의 무게 중심 등 2년차 레프트가 그 많은걸 짧은 시간안에 흡수할수 있을까? 역시나 연습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볼이 사방으로 튀었다. 선택된 이유는 알수 없으나 작년 기록지로 판단해보건데 고유민의 디그능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리시브는 좋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6. 작년 1차지명자 레프트 고유민은 1차 4순위에 뽑힌 2년차에 접어든 레프트였다. 황현주 감독 시절엔 드래프트 동기중에는 고예림 다음으로 출장시간이 길었으나 코보컵 직전 구성때 선배 선수들인 정미선-한유미-김진희에 이은 네번째 옵션이라는 통보를 받아 서브리베로가 되었었다. 사실상 출장을 할수 없다는 뜻이었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꽤 낙심했다. 2차전엔 김진희와 역할이 바뀌었고 준결승전엔 서브리베로 없이 경기를 하다 리베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녀에게 끈이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게 썩은 동앗줄인지 튼튼한 동앗줄인지는 시간이 알려줄것이고 그 전까지는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있어야 했다.
고유민에게 리베로가 얼마나 낯선 포지션이었는지는 티브이에서는 볼수 없었는데 사실 경기장에서는 김세영. 정현주가 여러차례 불러야 후위 교체라인에 오곤 했다. 코트 안에서는 선배언니들의 지시가 있었다. 대체로 그 내용은 포메이션과 리시브의 요령, "지나치게 긴장하지 말고 최대한 걷어내 주겠다." 등 이었다. 도로공사 서브의 예리한 칼 끝은 당연히 고유민에게 향하게 되었다. 배구에서는 제일 약한 고리만 붕괴시킨다면 와르르 수비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코트에 있던 선수들의 전략은 "최대한 김주하, 한유미(김진희)가 걷어낸다. 어쩔수 없는건 맡긴다."로 요약할수 있었다. 심판의 휘슬이 불리고 강하고 예리한 서브로 평가받는 문정원의 서브가 '5분 속성 완성 땜빵 리베로'에게 날아갔다.
7. 3세트가 끝났다. 25-16. 염혜선이 특유의 까다로운 서브로 도로공사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6-0까지 초반에 벌려놓았다. 도로공사는 제일 약한 고리를 두들겼으나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현대건설 답지 않은 패턴플레이로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서남원 감독은 "저기는 리베로가 없는 팀인데 왜 어렵게 가느냐"며 선수들을 질책했다. 도로공사는 서서히 현대건설의 끈끈한 수비에 질식되고 있었고 4세트를 맞이했다. 도로공사는 이전 기업은행과의 경기처럼 강 서브에 리베로가 말려들기를 원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3
8. 도로공사는 분전하면서 4세트를 가져갔다. 문정원과 김선영이 현대건설의 수비를 헤집었고 그런대로 성공했다. 하지만 이 난리에서 고유민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기록원으로부터 리시브 정확판정을 받은 갯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날 기록한 총 8개의 리시브 정확중 6개를 4세트에 기록했다. 분명히 경기를 압도해야지 정상인데 쉽사리 압도당하지 않았다. 다만 페이스를 계속 가져가 6점차로 5세트 경기를 끌고 갔다. 세트 후반 양철호 감독은 5세트를 대비해 황연주를 빼고 세터 조예진에게 리시브를 하도록 하는 강수를 두면서 끝까지 해본다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4
9. 마지막 5세트. 도로공사는 황연주의 공격을 최대한 막는데 수비력이 집중된 사이 한유미가 과거에 보였던 폭주모드를 떠올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도로공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코트에 공을 꽂는 커맨드가 인삼공사 시절 연륜있는 플레이를 펼쳤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몸이 제대로 풀렸는지 5분 속성 리베로도 거침없이 디그를 하면서 주전리베로 까지는 아니어도 간간히 나오는 백업 리베로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며 3~4점 차를 유지시켰다. 마지막 김선영이 코트의 중앙 빈곳을 노려 연타를 때렸지만 이를 고유민이 디그로 올려세웠고 염혜선이 정확히 세트를 하며 이를 받은 김진희의 오픈공격이 코트를 갈랐다. 결국 공이 도로공사 최후단 코트바닥에 꽂히면서 경기가 막을 내렸다.
10.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많은 팬들이 예상밖의 승리에 축하를 해주었고 그 사이에 고유민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공교롭게도 자신의 어머니가 오랜만에 경기장에 오신날 프로 데뷔이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오랜만에 행복한 얼굴로 어머니와 짧은 대화를 했다. 버스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한 팬이 와서 사인을 요청했고 슥슥 사인을 해주었다. 고 선수의 어머니는 경상도 억양으로 "와 니가 싸인도 해주나?" 하면서 딸을 자랑스러워 했다. 5
'SportingM@ster > 여자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축전 (0) | 2019.02.09 |
---|---|
"그래서~ 어땠니?"- 리즈 맥마흔 (1) | 2016.03.31 |
배구장에서 사진찍기 (1)- 장비준비와 기본설정 (0) | 2014.04.18 |
대전충무실내체육관 (3) | 2014.02.11 |
화성경기종합타운 내 체육관 (0) | 2014.02.11 |